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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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무지한 자들의 각성
2014년 07월 26일 23시 29분  조회:3350  추천:9  작성자: 김송죽
 

에세이 무지한 자들의 각성  

 

마음선량한 사람들은 아마 거의가 지금도“무산계급혁명”하면 무조건 신성하게 여기는데 습관돼서 그것을“위대한 것”으로 여기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혹자는 나를 인식이 틀렸다할것이요, 혹자는 립장이 틀렸다 할것이요  혹자는 지어 나를 반동이라고까지 말하겠지만 방법없다. 나는 살아서 제 속심말을 해야겠다. 이건 내가 보고 겪은일이였으니 절대거짓말이 아니요 지어서 보태는것도 아니다. 무엇인가? 네가 성분이 빈농이면 깨끗하다는 그게 아니다. 그따위 계급각성을 갖고 무슨눔의“무산계급혁명”을 한다고 떠다고은단말인가? 따라서 한가지 단언하게되는건 네가 출신이 아무리좋고 성분이 아무리 깨끗하다해도 무지하면 야만이 되고 악한이 되고만다는 그거다. 그래서“유일성분론을 부르짖지 말라”는 주장이다.

지난일, 겪은 일들을 보면 그저 한심한 것들이라 죽어도 눈을 감을것 같지 않아서 말을 하게 되는데 혹자는 우선 나의 글 제목부터 신통치않게 여길것이요 이게 어느땐가 몇십년전의 일을 아직도 끄집어내서 곱씹느냐면서 나를 속이 좁아도 한심하게 좁아 피지 못한 사람이라할것이요 사사의 감정에 잡혀 개인보복이나한다고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겪은 아래의 몇가지만은 세상이 알게 공개해야겠다.
그래야만이 내 이 가슴에 맺힌 응어리도 풀리고 체증도 다소해소될것같다.

어떤이는 저세상으로 이미 가버렸으니 불귀객이 된거고 어떤이는 아직도 눈이 멀뚱멀뚱 살아있는걸로 알고있다. 이 글을 그의 자식들이 본면 아마 다가 저으기 놀라면서 의문을 사고 불만을 품기마련이지만 달리는 방법없다. 미런스레 악한 짓을 하고서도  한마디 반성도 없는자를 나는 인간으로 치지 않으니 그 장본인의 이름들을 그대로 밝혀 놓으련다.

과연 고맙게도 성화의 백성들은 나를 혹독하게 굴지 않았다. 그런데 그몇은.... 

 

(1)

 

화천현 성화향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6개촌락으로 무어진건데 거기 동북켠 맨 안쪽에 있는 마을ㅡ 홍광촌에는 리원식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나이가 나와 비슷한데 “문화혁명”직전에 외지 어디에선가 이사를 왔길래 숙친한 사이가 아니였다. 그는 대대정미기를 다루었다. 어느해 겨울인가는 홍광대대혁명위원회에서 “관제대상"인 나를 그의 조수로 일을 하게끔 배치했던 것이다. 헌데 재수없을라니 어느날 밤참을 먹고나서였다. 집에 와보니 장갑을 식당에 두고왔길래 나는 그것을 가져오려고 대대식당을 다시찾아갔던 것이다. 이틑날 아침에 일하러 가야하는데 추운 겨울이라 장갑을 꼭 껴야했다. 그래 별생각없이 문을 뚝 떼고 들어갔더니 그사이 그 리원식이라는 이 "빈농혁명자"가 아래도리를 내놓은 채 식모하고 들어붙어 씩씩 방아를 찧으면서 그짓을 하고있는 것이였다.

우연이지만 나는 보지말아야할것을 보았길래 스스로 앙화를 빚은 것이다.

 

이틑날, 낮에 이어서 밤에도 계속 정미소일을 해야하는데 누구의 발상이였던지 그 리원식이가 식모의 남편과 정미소안에 있는 자그마한 휴식실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였다. 정미기는 그냥돌아가고 나는 마대에다 나오는 싸래기를 받아 정리했다. 그러고있는데 아느새지나서 술에 취한 리원식이가 씽 나오더니 너 이놈아 싸래기에 왜 굵은 쌀알이 섞이는거냐 하면서 그 우악진 주먹으로 내 머리를 힘껏 답새기는 것이였다. 은연중 심한 타격을 받고보니 나는 정신이 아찔했다. 이틑날 아침에는 구토를 심하게 했다. 그래서 부득불 공사병원에 가 의사를 보이게 된건데 그한테 맞은게 “뇌진탕”이라고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싸래기레 굵은 쌀알이 섞이는가 안섞이는가는 그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가 부릴탓에 달린건데 나를 왜 때리는가? 그리고 기실은 그날 싸래기에 굵은 쌀알이 섞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리원식은 남의 녀편네와 불륜의 그짓을 하다가 들키우고서는 내 입을 막아놓느라고 기껏 머리를 쓴다는게 그꼴이였던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내가 앓아서 일을 못하게 되니 리원식은 도루 투쟁대에 올라 망신을 하고말았다. 그것이 그래 무지로 인해 스스로 자초한 망신이 아니고 뭔가?  미런한자의 총명함!

 忍忍忍 !... 忍忍忍.!... 나는 내 가슴속에다 눈물을 떨구면서 참는수밖에 없얶다. 소시적에 부대에서 자라면서 안충모아저씨한테서 배운재간 하나만은 당당했다. 엄지손가락 한번 면바로면 그자의 명줄을 얼마든 당장 끊어버릴수 있는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를 않았다. 그럴수 없었다. 가뜩이나 반혁명분자의 집이라면서 용맹무쌍한“혁명자”들이 온 가족을 멸살하겠다고 눈에 쌍불을 켜고 날뛰는 때가 아닌가. 내 하나의 목숨을 그자와 막바꾸면 몰라도 나는 자식 둘과 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반항하지 않았다. 갈리는 이를 앙물기만했다. 증오의 피눈물을 그저 가슴속에다 뚝 뚝 떨구기만했던 것이다.

忍忍忍 !....忍忍忍 !....

 

(2)

내가 반혁명분자”란 커다란 패쪽을 목에다 걸고 이웃마을 료신촌에 가 투쟁받을 때의 일이다.

그 마을의 군인출신이며 일잘하고 부지런한 장말생의 처 리옥선녀인이 씽 달려나오더니 나에게 따지고 드는것이였다.

“이놈아, 네 애비 어떻게 죽었니?”

“토비를 숙청하다가 죽었습니다.”

“네 애비 잘 썩어졌다, 잘 썩어졌어!”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손에 쥐고 나온 꼬챙이로 내 입을 쑤셔놓았다.

토비를 잡느라 피를 흘리고 목숨까지 바쳤는데도 그렇게 치떨린단말인가? 이 무지막지한 쌍년아! 너도 그래 사람의 새끼냐? 개보다못한 년!... 숨이 넘어갈 듯 아파난 나는 입안에서 흐르는 피를 뱉으면서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는 너무너무 통탄해 속으로 부르짖었던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피를 헛흘렸습니다! 헛흘렸습니다! 정말 헛흘렸습니다!”

 

(3)

공사내 여섯개마을“혁명자”들이  중성촌 구락부에 모여 나를 투쟁할 때였다. 집이 료원촌에 있는, 위만때부터 한마을에서 살았길래 우리 부모님들과는 잘아는 사이였던 강봉학이라는 안로인이(남편은 성명이 김홍주고 아들은 명철, 그는 소시적부터 내동무였다)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더니 남들은 전혀모르는 일 한가지를 적발하는것이였다.

“내가 모르는줄아니, 너의 할애비는 이름이 김석길이구 독립군이였다, 독립군이였어. 그래가지구두 무슨... 내가 모르는줄아니, 너의 할아버지 독립군이맞아! 맞단말이다!”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모두“에구!!”했다.

대단한 놀램이였는데 그들 다가 독립군이라는것이 무엇인지도 분명 모르고들있었다. 그러면서 그것을 그 어떤 다른 무슨 나쁜것으로 인식하고들있는것 같았다.

투쟁대회가 끝나 문으로 나올 때 젊은 놈 하나가 지키고있다가 발로 코를 올리차서 나는 그날 숱한 피를 흘렸다.              

더구나 제가 글을 배워줫던 제자한테 그같이 당하고보니 원통하기 그지없었다.

 

(4)

판결에 넘겨졌던 내가 무죄석방이 되어 이웃마을 료신소학교에 가 다시금 교편을 잡았을 때의 일이다. 이제 출근한지 사흘째되는데 그날은 공사방영대가 와서 영화를 돌리기에 학교는 교학을 중지했다. 료신마을에서 뒷줄 도랑 가까이에 있는, 촌위생소가 붙어있는 서켠의 빈집에서 낮에 영화를 돌렸는데 중간에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불시로 와야와야 밖으로 나가는것이였다. 나는 영화에 정신이 팔리다보니 맨마지막에야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보니 마을사람들이 한군데모여“이걸 어쩌오! 이걸 어쩌오!”하면서 복대기치고 안달을 떼는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급히 헤집고 들어가보게된건데 댓살난 어린 계집애가 사선에 들어 생명이 오락가락했다. 제 할머니를 찾아 오다가 물이 고여있는 종자굴에 미끌어떨어진것을 건져다나.

계집애가 생명이 그같이 경각에 이른판에 누가 내놓은 구급법이였는지 비누물을 먹인다면서 야단법석을 치는것이였다. 내가 보니 애는 입을 꼭 다물었는데 입술은 진한 푸른잉크빛을 내고 있었다.

분명히 질식상태였다.

“나좀 봅시다!”

나는 무작정헤집고 들어가 애의 입을 벌리고는 오른쪽 식지를 넣어 목구멍을 막고있는 혀를 간신히 끄집어냈다. 그랬더니 아이는 나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가 “휴ㅡ”하고 숨을 톱아내는 것이였다. 죽어가는 애의 생명을 내가 그렇게 구해낸 것이다.

모두들 귀인이 면바로 나졌다고 감탄에다 칭찬이 대단했다. 

“지식분자가 다르긴다르구나! 사람이 살자면 지식이 있어야겠다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시보니 그는 키가 꺼두룩한 신창섭이라는 어른이였다. 언젠가 혁명자들이 내가 쓴 장편소설원고며 편지며 사진들로 선전판을 만들어 그것들을 나의 등에 지워가지고 각 촌을 조리돌림하면서 투쟁할 때였다.

“네가 무슨눔의 개발을 그렇게 잔뜩그렸느냐?”며 투쟁하던 분이였는데 아들셋에 딸이 있지만 그는 어느 하나도 공부를 제대로시키지 않았다. 하니 그런 집안에서 지식인이 생기긴 천부당만부당한 일. 그런분이 이제라도 지식의 중요성과 귀중함을 그같이 깨달으니 아무튼 대단히 반갑고 고마운일이였다. 그후부터 나는 그를 만나면 꼭꼭 인사를 먼저하군했다.

나도모르겠다, 그의 무엇이 좋은지?

아마 이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는 모양이다.
 

 (5)

 

하나더있다. 문화혁명 때 나의 일기책들을 거둬가면서 다 보고는 꼭 돌려주리라 명백히 말해놓고 결국 한나도 돌려주지 않고 말끔히 없애치운 더러운 자ㅡ 내가 어느글에선가 사람이 아니라 시궁창에 바라다는 부덕쥐라고 묘사했던 장동화는 아직도 살아있는걸로 알고있다.

딸농사만 착실하게 지었다고 조물주가 불쌍히여겨서 그런지 그가 오래사는게 과연 희한하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나보다.
나의 장편소설원고를 빼앗아다 말끔히 없애치웠거니와 장동화와 짜고 근본 있지도 않은 “죄”10여가지나 만들어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요 지어는“후환이 없게 하자면 그늠의 새끼들까지 싹 다 없애치워야한다”면서 한때 구체적인“전략”까지 비밀리에 내왔다는 정장송은 공사무장부장이 되어 권총차고 꺼들거리면서 나를 포승지워 감옥에다 처넣더니 결국 무슨꼴이 됐는가? 그는 제가 뿌린 작탄에 한쪽눈알이 빠졌거니와 장암에 걸려 환갑도 못쇠고 그만 죽고말았다. 죄를 만난것이다. 그의 큰딸은 어디로 가느라 차타러 나갔다가 날아오는 차바퀴에 가슴을 맞아 즉살하고. 그 장면을 내가 직접목격했다. 횡래지액(橫來之厄)이란 곧바로 이런것을 놓고 말하는게 아닌가. 그는 중학다닐 때 내한테서 배운 제자였다. 한창나이에 애비먼저 죽었으니 과연 불쌍하다. 한데 따져놓고보면 그건 다 그의 前代가 지은 죄악탓이아니겠는가십다. 자작지얼(自作之孽)이란 바로 이런걸 보고 하는 말이다.

헌데 정장송 그자와 같이 처음부터 짜고 꼴보기싫게 교활하고도 극악스레 놀아댔던 장동화는 어떤가, 그가 천벌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과연 별일이다. 하나님이 눈이 멀었는지?...  

량심을 떼여 개를 먹였는지 “무죄석방”이 된 내가 이웃마을에 전근하여 소학생을 가르치면서 빼앗겨 잃어진 첫장편소설을 비밀리에 다시썼더니 그걸 어떻게 냄새맡고는 또 잡자고들었던 자다. 교학검사를 한답시고 와서는 우리 집에 잘다닌 할빈하향지식청년 장재윤이더러 나의 반동적인 언행을 적발하라 꼬드겼거니와 “송죽이! 왜 또 글을 쓰는가? 전공사 군중이 몇해간이나 동원되여 사람이 되라고 도와줬건만 지금까지도 글쓰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니 과연 정말 너무 악질적이다.”고 하였던 그였다.

과연 그야말로 희한한 계급각성이다!

소설을 계속쓰면 그게 악질적인가?

작가로 되면 그게 사람이 못되는건가?

문화혁명이 끝나가고 내가 죄없는 사람이라는것이 판정됐건만도 눈이 빨개서 그냥 생사람잡이를 그같이했으니 그놈의 불굴의 혁명정신에 과연 탄복이간다. 무지하지 않고서야 사람이면야 아무렴 그렇게까지야 할수가 있으랴!? 장동화한테  묻고싶은건 한가지ㅡ 도대체 과연 누가 악질인가? 내가 악질적인가, 아니면 네가 악질적인가?

허심하지 못하면 무지해지고 무지해지면 그렇게 죽을때까지 자기를 뉘우칠줄을 모르는 것이다. 장동화는 지금와서까지도 그냥 "쏸장을 하겠거든 모택동하고 하라." 할건가?

내가 어느글에선가 시궁창에 바라다니는 부덕쥐라고 묘사한바있는데 이제 아무때건 다시만날이 있을것이다. 말한마디 천량빛감는다했다. 장동화는 한매 더 맞지 않겠거든 늦지만 지금이라도 지난날 자기가 지은 죄를 깨닫는게 마땅할 것이다.
권고한다.

(관련글 에쎄이 "사람과 짐승의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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